일상의 삶

텅빈 해수욕장 스케치

K.S.Lee 2013. 9. 9. 11:58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녁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하명하여 주시고

남국의 날씨를 사흘만 더 베풀어 주소서.

무르익어라 이들을 재촉하여 주시고

마지막 남은 단맛이 포도주로 담뿍 고이게 하소서.

 

제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이제 고독한 사람은 오래도록 고독을 누릴 것 입니다.

밤을 밝혀 책을 읽고, 긴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이 휘날리는 날에는 불안에 떨며

가로수 길을 마냥 헤매일 것입니다.

 

2013년9월6일

금년의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웠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해수욕장들은 8월말에야 비로소 폐장했습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도 모래알처럼 붐볐을 이곳 울산의 일산 해수욕장은

이제 인파가 마치 파도에 휩쓸려 버리기라도 한듯 텅 비었습니다.  

모처럼 인근에 출장와서 시간을 조정하느라 이곳에 왔다.

오늘따라 비가와서 우산쓰고 혼자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내모습

남들이 보면 우수가 그득한 사람으로 보겠지...

하지만 파도위를 뿌리는 빗방울의 튀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내 마음이 촉촉해졌고

저 멀리 가로지르는 수평선은 확 터인 가슴과 청량감을 함뻑 느끼게 해준다.

굳이 해맑은 날이 아니어도 카메라가 있었다면 파노라마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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