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묻어나는 러시아 정교회
2016.1.2. 블라디보스톡의 독수리 전망대를 찾았다.
오늘날의 슬라브 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키릴문자는 9세기 그리스 정교회의 선교사였던 키릴과 메포지 형제에 의해 글라골 문자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를 알리기라도 하는 듯 금각교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위치의 독수리 전망대에 두 선교사의 동상과 비문을 발견했다.
9세기 서양문화권에 비해 문화적으로 많이 뒤떨어졌던 슬라브 민족에게 글과 복음을 함께 전파한 생생한 역사의 기록물을 보는 듯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941년부터 종전한 1945년까지 희생된 전몰장병의 이름이 벽벽이 가득한 추모지를 바라보는 가운데
바로 인근에 황금색 돔의 자그마한 정교회를 발견했다.
때 마침 우연이겠으나 교회에서 나오던 어느 중년의 부인이 이내 눈물을 흘릴 듯한 글썽임을 가지고 간절함이 묻어 나오는 표정으로
다시 뒤를 돌아 교회를 향해 성호를 긋는 것을 목격했다.
개신교, 카톨릭, 정교회 각각 신앙의 틀과 관습은 다를지 언정 모두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같을거라 생각하며 개신교인이지만
정교회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내부에는 성상을 배격한 결과인지 카톨릭에서 흔히 볼수 있는 화려한 조각품 대신 이콘으로 가득했고 예배를 드리기
위한 파이프 오르간이나 신자들이 앉아 예배를 보는 긴 벤치형 의자는 전무했다.
디다모 운동장 근처를 지나가다 제법 큰 정교회를 발견했는데 정면에 십자형 성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교회라면 성상을 두지 않을텐데 하면서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하는 게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뭔가 닫혀있다는 기분이 들어 들어가 보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다.
대 성당이 있다고 하는 포크롭스키 공원을 찾아갔다.
멀리서도 황금색과 청색의 돔이 햇볕에 반사되어 그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출입문에 다가가니 중년의 남자가 교회에 들어가지 전 머리에 썻던 모자를 벗고 손으로 헝컬어진 머리를 여러차례
다듬는 것을 보며 그 정성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주일이 아님에도 20여명 정도가 보였고 그 중 5명 정도는 줄을 서서 사제 차림의 성직자로부터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해 주는 모습...
또 다른 신자들은 각 이콘마다 찾아다니며 정성스레 성호를 긋는 모습을 보며 목소리 높여 외치는 기도가 아니라 마음으로
부터 우러나오는 듯한 감절함을 읽기에 충분했다.
정교회 내부에서 감상하며 지금껏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장면에 몰입해 가는 가운데 누군가 나에게 모자를 벗어라는 지적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아~ 교회내에서 여자는 머리를 스카프등으로 가리고 남자는 머리를 그대로 더러내는게 러시아 정교회의 전통이었구나!
한데 주일 예배는 의자도 없이 어떻게 드릴까? 악기도 보이지 않는데 찬송도 부를까? 오늘은 주일은 아니지만 교회에 나오면서
성경과 찬송가를 들고있지 않는데 주일에도 빈손으로 교회에 오는 걸까? 개신교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