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대야산
2012년6월16일
속리산 국립공원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을 찾했다.
괴산쪽 농바위 마을 --> 중대봉 --> 대야산 --> 밀치 --> 월영대 --> 용추계곡 --> 벌바위 마을, 12km 구간으로
대략 6시간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산행 들머리인 농바위 마을 입구에는 폐교된지 아주 오래된 듯한 학교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어
이농의 흔적이라 할지 아니면 농촌의 생생한 현실이라 할지...
전형적인 산촌의 길을 따라 한참 가다보니 괴산군 보호수로 지정된 3.5m 둘레의 대형 느티나무 한그루에 눈길이 갔다.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나무인데다 뭔가 모를 위엄이 있어 그냥 지나치려다 나무의 나이가 궁금하여 표지석을 들여다 보았으나
아쉽게도 수령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산행의 시작은 평범하여 속도를 낼수 있었으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형 바위들이 차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데크나 철계단은 볼수 없고 필요시 오로지 로프에 의지해서 올라가야 했고 등산로 안내 표지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중대봉의 풍경은 가히 암산에서 풍겨나는 특유의 중후함을 느낄수 있었다.
중대봉에 가까워지니 경사도가 심해져 로프가 없으면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대슬랩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온길 되돌아보면 십리 낭떠러지뿐이라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이 맞을터...
이 상황에선 로프만 의지한채 오로지 앞만보고 위로 전진하는 방법외에는 선택이 없었다.
사실 등산을 마친후 되세겨 보면 우리같은 아마츄어에겐 위험천만하고 아마도 전문 산악인 내지 암벽 등반가에게나 적합한 코스인 듯...
그래서 인지 이 등산로는 공식적으로 폐쇄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어떻든 이 루트는 여태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슬아슬한 대슬랩 구간이었고,
천신만고 끝에 여기를 통과한 후 중대봉까지 올랐으나 정작 중대봉임을 알리는 표지는 어렵게 도착한데 반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니 나도 상당히 지쳤는지 속도감도 떨어지고 쉬는 간격은 점차 좁아지고 있던 참에 어짜피 식사도
해야될 것 같고 해서 적당히 자리잡아 식사와 휴식을 취했다.
휴식 후 다시 힘내어 대야산 정상을 밟으니 문경쪽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정상은 제법 붐볐다.
정상에서 문경쪽 용추계곡쪽을 향하다 보니 말로만 들어왔던 거암괴석이 코끼리, 삿갓, 대문 등의 형상을 하고 있어 사진으로 간직해
보기로 했다.
용추계곡과 면한 하산길은 날머리인 벌바위 마을까지 나무의 음영으로 그늘지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어 등산을 마무리하기엔
안성맞춤 코스였다.
되돌아오는 버스속에서 긴장하며 올랐던 대슬랩의 기억이 문득 선하게 머리속에 떠오르기라도 할땐 의식적으로 외면하고픈 반응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등산이었고 게다가 오늘은 전반적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은 힘든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